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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활동한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 (Johannes Vermeer)는 요란하거나 화려한 색채없이 깨끗하고 맑은 고풍스러움으로 아늑하면서도 살아움직이는 일상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리에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많이 알려져 있고, 그의 그림속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즉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요란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주 평범한 일상의 소담스러운 모습들과 특히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많이 그렸는데 그중에는 버지널을 연주하는 그림이 제일 많다. 버지널 앞에 앉은 여인이 연주하는 투박하지만 안을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멜로디 그 속으로 들어가보자.


 


 
베르메르의 버지널 앞의 젊은 여인 (A Young Woman at a Virginal) 그림 자켓이 있는 이 음반은 르네상스 말기 영국과 네덜란드 음악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귀중한 작품이며 수잔느 반 솔트의 <버지널 북>을 담고 있다. 건반악기의 어머니인 버지널의 따스한 음색으로 반 아이크, 라수스 등의 유명 선율의 버지널 편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16세기에는 클라비어족의 악기를 크게 두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클라비코드와 하프시코드였는데, 클라비코드에서는 금속 탄젠트가 현을 치고나서 그대로 현과 접촉한 채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가냘펐지만, 좁은 범위 안에서 연주가는 그 음량을 조절 할 수 있었으며 가벼운 비브라토를 붙일 수 있었다. 그리고 하프시코드는 형태와 크기가 다양하게 만들어졌으며, 버지널, 스피넷, 클라브생, 클라비쳄발로 등 그 이름도 여러가지였다. 이 모든 악기는 줄을 튕겨 현을 뜯음으로서 소리를 냈는데, 그래서 오늘날의 피아노가 외형적으로는 건반 악기지만, 음향적으로는 현악기로 분류되는 것은 이전에 이같은 이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버지널은 피아노가 등장하기 전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악기였다. 오늘날 피아노가 가정용 연주 악기의 대표라고 한다면 16~17세기에는 버지널이 인기있던 가정용 악기라고 생각하면 이해 하기가 쉬울 듯 싶다. 줄을 튕기면서 연주하기 때문에 하프시코드(쳄발로)와 같을 수 있겠으나 그 크기는 하프시코드보다는 많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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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sanne van Soldt Virginal Book
Guy Penson / Patrick Denecker


이 음반에서 귀 펭송(Guy Penson)이 연주하는 버지널은 1599년에 제작된 일명 "어머니와 아들"로 알려져 있다. 오른쪽에 하나 왼쪽에 하나 그렇게 나란히 건반이 자리하고 있어 "어머니와 아들"로 명칭을 붙였을 것이다.  이 버지널의 제작자는 버지널이나 쳄발로의 제작을 장기로 삼았던 안트베르펜의 유명한 루커스가의 요하네스 루커스였다. 그가  만들어 낸 버지널의 음색은 같은 계통의 클라브생이라든가 하프시코드처럼 드라이하거나 냉랭하지도 않고, 그가 지어준 별명처럼 어머니와 아들의 정감어린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따스하다. 어쩌면 그것은 그가 자라는 동안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을 잊지 못해 이 버지널을 만들고 그 속에서 어머니와 영원히 살아가고 싶은 그의 마음이 담겨져 있을거라는 생각이 사백년이 흐른 지금 문득 나에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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