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피아노학원에서 삐질삐질 땀 흘리며(손과 마음은 따로국밥이기에...) 연습하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보며 선생님께서 선풍기를 켜고 앉는다. - 더워요? - 예 ..더워요 ㅠㅠ 사실은 옆에 앉으니 더 덥다 ㅎㅎ 혼자서 연습하면 잘하는데 옆에 오면 이상하게 긴장된다 ㅡ,ㅡ 그렇다고 오래전 그 옛날처럼 내가 처음 피아노를 배울 때처럼 바싹 앉지는 않는다. 선생님은 선생님만의 의자가 따로 있고, 나는 내 의자가 따로 있다. 그리고 손 모양을 교정할 정도의 실력을 나는 뛰어 넘었기에 밀착하지 않아도 된다. ^^
사람들은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이냐고 묻곤 했는데
내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 모차르트 피아노소나타 11번 1악장 ...
이 곡을 연주해 보고 싶어
용돈을 모아가며 피아노 학원에 다녔었다.
그 당시 남자가 피아노 배우면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로 곱지 않은 시선과
형편상 피아노는 무슨 피아노라는 꾸중을 들었지만
부모님에게 참고서 산다고 거짓말까지 해 가면서
그 돈으로 피아노를 배웠다.
꼭 그래서 그런 것만은 아닐진대
공부를 지지리도 못했다.
물론, 참고서를 사서 공부를 했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내가 이 곡에 집착하는 이유는
모차르트가 이 곡을 작곡할 시기쯤
어머니를 여읜 슬픔을 표현하고자 했던 마음이
그대로 전해옴이 첫 번째이며
그 슬픔을 마지막 변주에서 기쁨으로 승화시켜
내 마음속에 그대로 각인됨이 두 번째 이유다.
사람들에게 모차르트는 나의 신앙이며 이 곡은 성경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것은 지난날 견디기 힘든 아픔과 쓰라린 마음에 언제나 따스한 신의 손길처럼
날 어루만져 주던 음악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듣는 "알라시아 데 라로차 (Alicia De Larrocha)" 의 연주를 제일 좋아한다.
첫 주제에서는 아주 고요하고 맑음 속에 아기가 태어난 걸 묘사했고 1변주에서는 그 아기가 조금 자라 재롱부리며 예쁘게 자라는 모습, 2변주에서는 조금 더 자란 어린이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으며, 3변주에서는 슬픈 단조의 멜로디가 사용됨에 그 시기 어머니를 잃어버린 슬픔을 표현했다. 4변주에서는 오른손과 왼손의 엇갈림 연주부분으로 그 어머니의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 곡의 변주 부분 중 특별히 좋아한다. 5변주에서는 지난날의 슬픔을 다 극복하고 아름다움 속에 살고 있는 청년의 모습과 그것으로 인해 삶에 대한 감사와 그리고 더 나아가 새로운 꿈과 자아를 더욱 사랑하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 6변주는 이 곡의 변주곡 중 가장 좋아하는데, 그것을 나는 "빛나는 슬픔" 이라 부른다.
빛나는 슬픔
다시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찾아간 어느 날 저녁 - 나의 허심탄회한(?) 음악에 대한 열정에 선생님께서는 이젠 굳어버린 나의 손에 용기를 그리고 마음에는 희망을 주셨다. - 선생님 저는 이 곡을 꼭 쳐보고 싶은데요 ... 제가 할 수 있을까요? - 물론이지요. 연습에 연습 ... 그리고 지금처럼 식지 않은 음악에 대한 열정만 간직한다면 할 수 있어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 한 번도 잊어본 적 없는 나의 신앙이며 성경인 이 곡을 나는 끝내 연주해야만 하는 약속이 있다. 초롱초롱 아름다운 서정 속에 빛나는 슬픔 ... 그 마지막 Ⅵ 변주를 나는 빛나는 슬픔으로 불러왔다. 슬픔을 안으며 가장 아름답게 사라져가는 빛 - 내가 정말로 그려보고 싶은 삶의 마지막 모습이다.
역시나 엉뚱한 글렌굴드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중 가장 특이한 곡이 K.331 - 1악장이다.
몇수십번을 들어도 그가 의도한 것을 알수없다. 오래전 브뤼노 몽생종과의 대담에 글렌굴드는 이 곡에 대해서 얘기한다.
- BM ( 브뤼노 몽생종 ), GG ( 글렌 굴드 )
Leonid Chizhik ( 1947 ~ )Fantasy Variations on a Theme by Mozart Kremerata Baltica & Gidon Kremer 어릴때부터 째즈에 심취해서 14살에 첫공연을 했던 쉬지크는 경쾌한 째즈풍으로 모차르트를 그려내고 있으며 기돈크레머의 바이올린 연주 역시 모차르트처럼 때로는 익살스러운 모습이 담겨져 있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꿈
나는 기억한다. 아득히 먼 그날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잊어본 적 없다. 타오르며 잿더미가 되어 쓰러진 나에게 꿈의 불씨를 당겨준 ~ 그래서 나와 내 영혼까지 구한 음악이다. 난 이 곡을 연주하지 못하는 슬픔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꿈처럼 이것은 나의 꿈이며 언젠가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만의 성경을 마음에 담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난 지금 그 꿈을 위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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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2.16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K.331 3
나의 신앙, 나의 성경
아득히 먼 학창시절
모차르트는 나의 신앙이었으며 이것은 나의 성경이었다
맑고 아름다움에 숨어드는 슬픔 ... 그 속에서 인생을 배웠다
나 말고 좋아했던 그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