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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낡은 이발소 앞에 피었더랬지. 이발소 주인 아저씨는 사람들의 머리와 나를 가꾸셔. 아저씬 나 보다 사람들의 머리를 더 정성들여 가꾸시지만, 난 질투는 하지 않아. 주인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난 벌써 시들어 죽고 이 세상에 없었을테니까. 


주인 아저씨가 나를 큰 사랑으로 돌본 건 아니야. 아주 작은 사랑이었다는 거야. 내가 목마르다 싶으면 물을 주고, 내가 답답하다 싶으면 내 주위의 잡초를 뽑아주셨지. 그러더니 어느새 마술같이 내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이 세상에 나와 있었던 거야.


난 그때 생각했지. 아무리 남루하고 볼품 없는 사람으로 보일지라도 그 사람에겐 대단하지는 않지만 작은 사랑이 있고, 그 작음이 누군가에게 닿을 때, 그것은 절실한 생명과 삶을 바꾸는 마법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말이야. 너무나 당연한 진리속에 감춰진 사랑.  

이 시간 때면 언제나 버스를 기다리는 아가씨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도 않네, 만약 눈길 한 번 준다면 내가 다음엔 더 활짝 피어 웃어 줄텐데 말이야. 그 아가씨에게도 작은 사랑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가을이 가고, 이제 겨울이 오면 나는 잠을 자. 내가 다음해 깨었을 땐, 이발소에 손님이 더 많아 졌으면 좋겠고. 새침데기 아가씨가 나에게 눈길을 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누구나 마음속에 있지만 꺼내지 못하고 감춰둔 작은 사랑들이 내년엔 나와 꼭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내가 태어난 곳은  어느 낡은 이발소 앞의 초라한 곳이었지만, 난 한 번도 내가 화려하고 멋진 집 정원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라는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 화려하지는 않지만 주인 아저씨의 작은 사랑이 나에겐 아주 큰 사랑이 되었다는 거. 난 이게 제일 소중하다고 생각해. 눈에 보이는 큰 사랑보다는 보이지 않는 작은 사랑, 난 그 사랑을 먹고 꽃을 피웠을 뿐이야.




- 미호삼거리 어느 이발소 앞에 핀 꽃을 보며...



Gut Nacht, mein feines Lieb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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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거주춤한 나의 일상과 얼렁뚱땅 나의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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