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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이지만 아이는 오늘도 단칸방 작은 창가에서 달빛을 기다립니다. 온기가 없는 이 방안에서 창가로 비추이는 달빛은 아이에겐 소중한 빛이며 작은 방을 따스하게 하는 유일한 빛이기도 합니다. 그 빛이 방안 가득 퍼질 때,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꿈을 꿉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엄마는 돌아가셨지요. 병상에서 엄마는 아이에게 달 그림과 함께 '언제든지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달을 보렴' 그렇게 적어두었어요. 그래서 아이는 온갖 모든 것들이 꽁꽁 얼어붙는 추운 날에도 달을 보려고 문을 열어 놓고 엄마처럼 따스한 달빛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오늘은 달이 뜨지 않았어요. 폭풍우 눈보라 때문에 달은 그 뒤에서 숨어 울고 있는 듯 했어요. 그것은 마치 그 옛날, 그러니까 어느날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무섭게 생긴 사람들이 집에 들어와서 엄마를 괴롭히는 모습과도 같았어요. 그때 아이가 예쁘게 키워온 화단의 꽃들도 처참하게 꺾여져 모두 죽고 말았지요. 꽃들과 함께 엄마는 쓰러지셨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엄마와 꽃들 사이에서 울기만 했어요. 그때 충격으로 엄마는 병상이 누우셨고, 아이가 엄마를 위해 학교에서 만든 선물을 가지고 병원으로 향하던 어느날, 엄마는 달 그림 한장을 남겨주시고 하늘나라로 떠나신 거였어요.

그날 이후로 아이는 어른들을 미워하며 세상을 싫어합니다. 그리고 늘 슬픈 나날을 보내었어요. 하지만, 엄마가 그려주신 달 그림은 언제나 웃고 있는 모습이었지요. 그것은 '엄마가 없어도 이렇게 늘 웃으면서 예쁘게 살아야 한다.' 라는 엄마의 말이 그림 속에서 들리는 듯했어요.

달이 뜨지 않은 그날 밤, 아이는 엄마가 더욱더 보고 싶어 견딜 수 가 없었습니다. 엄마를 볼 수 없는 그날 새벽 늦게까지 아이는 울다 지쳐 잠이 듭니다. 그리고 엄마를 볼 수 없는 날이면 항상 떠나는 머나먼 별로 떠나며 - 꿈을 꿉니다.

그 머나먼 별에는 엄마를 괴롭혔던 사람도, 꽃을 꺽는 나쁜 사람도, 아이를 울게 했던 사람도 없습니다. 아이는 그곳에서 나무 아래에서 피리를 불기도 하고 나뭇가지 위에서 새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지난날 사라진 꽃들이 하나 둘 피어날 때, 멀리서 달이 불쑥 솟아 올랐어요.

" 앗 ... 엄마다. 엄마 .. 내가 이곳에 있는 걸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그러자 엄마가 미소 지으며 말했어요. 그 모습은 정말 엄마가 그려주신 달 그림속의 미소와 너무나 똑 같았어요.

"응. 그래, 엄마는 네가 어디를 가든지 항상  너 옆에 있단다"

엄마의 말을 들은 아이는 너무나 기뻐 그곳 잔디밭에서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고 뒹굴었습니다. 그리고 누워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달빛이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눈에 차오릅니다.

"정말요, 그럼 정말인지 따라 와보실래요?"

그리고 아이는 비가 오면 우산이 되어주는 커다란 버섯뒤에도 숨어보고 새들과 앉아 얘기하던 나무 뒤에도 숨어 봐도 거짓말 처럼 엄마는 계속 따라왔어요.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속에서도 엄마는 고개를 내밀어 미소짓고 있었지요.

아이는 행복해 하며 지난날 엄마와 함께 불렀던 노래를 부릅니다. 시냇물이 달빛에 반짝이며 화음을 넣어주고 물결은 살랑살랑 춤을 춥니다. 그 모습을 신기한 듯이 보던 토끼와 사슴, 그리고 아이를 잡아 먹으러 왔던 사나운 여우와 곰도 아이의 노래소리에 홀린 듯 춤을 춥니다. 그렇게 엄마가 비춰주는 달빛 아래서 아이와 동물들은 친구가 되어 밤새 춤을 추었어요.

"엄마, 난 이렇게 사슴이며 토끼며 곰과 여우 친구들이 많은데 엄마는 그곳에서 외롭지 않으세요?"

그러자 엄마는 팔을 크게 벌리며 말했어요.

"그럼 내 곁에는 이렇게 수많은 별들이 있잖니.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너를 볼 수 있으니까"

"그래 엄마, 나도 이제는 엄마를 항상 볼 수 있어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아요. 그런데 엄마 곁에 있는 별들은 왜 유독 반짝이는 거에요?"

"응. 그건 말이다. 사람들에겐 모두 아름답게 보이는 별일지라도 별 하나하나에도 슬픔을 간직하는 별이 있단다. 그래서 그 별이 눈물을 흘릴 때 반짝이는 것인데 나는 그 반짝거리는 별들만 모아서 따스한 빛으로 감싸주고 있는 거란다. 너도 꽃을 가꿔봐서 잘 알거란다. 어떤 꽃들은 가만히 두어도 잘 자라는 꽃들이 있는가하면 어떤 꽃들은 늘 보살피고 보듬어 줘야 잘 자라는 꽃들이 있는 것처럼 그런 별과, 사람과, 꽃들은 더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감싸줘야 한단다. "

엄마의 말에 아이는 별까지 닿는 사다리를 만들어 울고있는 별의 눈물을 하나하나 닦아 주고 싶었습니다.

"아. 역시 우리 엄마야. 엄마 엄마 엄마, 우리엄마로 살아줘서 고맙고 나를 태어나게 해 줘서 고맙고, 그리고 내 옆에 항상 있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엄마의 품에서 잠이 듭니다. 더 이상의 아픔도 없고 슬픔도 없는 엄마의 품안에서 아이는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날이 밝았을 때, 창가로 들어온 많은 눈들이 방에 쌓였습니다. 얼마전 멀리 가셨던 옆집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추운날 창이 열려진 아이의 방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아이의 방으로 들어옵니다.

"이 추운 날에 문을 열고 자다니, 저런 방안에 저 눈 쌓인것 좀 봐. 아이야 일어나 학교 가야지. 여보, 여기와봐요. 아이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
 
아이는 엄마가 그려주신 달 그림을 꼭 안고 잠들었습니다. 아이의 얼굴은 엄마가 그려주신 달 그림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날 밤 못 보던 별 하나가 달 옆에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동화를 써봤다. 처음에 생각한 제목은 "엄마 달과 아기별"이다. 그리고 엄마 달과 아기별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내가 밤마다 그 별로 갔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 동화의 제목은 "내가 떠났던 별에서 만난 엄마 달과 아기별" 로 정했다.  사실이지 제목은 식상하고 내용은 진부하다. 하지만 지난 날 내가 아팠을 때 쓴 이 유치하리만큼 보잘것없는 동화로 나는 스스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밤마다 떠났던 별에서 만난 아이, 나는 그 아이 때문에 몇일밤을 울었다. 그리고 날이 밝아오면 별에 혼자 남겨두고 와야 하는 그 아이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밤이면 몸은 이곳에 있어도 나는 그 아이를 찾아 머나먼 그 별로 늘 떠났었다.
내 안에 작은 슬픔의 별이 된 아이, 그 별에서는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곳에서 엄마와 함께 외롭고,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가슴에 내려앉는 따스한 달빛과 별빛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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