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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일상속에 피어난 행복





새벽에 늦게 잠들었지만 빗소리에 깨어 창을 열어보니 비 내음이 방안 가득히 퍼진다. 새벽에 깨어 있음은 언제나 좋은 것이지만, 오늘은 깨이지 않고 계속 잠들길 원했다. 아침이면 남모를 설레임을 안고 길을 떠나니 잠이 오지 않아도 다시 잠을 청해야한다. 어린시절 소풍갈때 그 전날 비오면 어떻게하나 하는 마음처럼 근심 어린 걱정을 하고 다시 잠들었다. 아침일찍 눈을 떴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맞아도 좋을만큼 적당하게 내리니 더욱더 싱그러운 가을속을 거닐수 있을거라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세수를 하고, 나에게 잘 어울리는 보라색옷을 준비하여 작은먼지라도 털어내린다. 참 가방이 어딨지?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남색의 체크무늬 가방을 꺼내어 그동안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는데 그 가방이 말한다. "주인님 오늘 어디가요?" 그래서 난 웃으면서 대답했다. '응...좋은데~'

이제 음식을 만들차례다. 저번에 먹다 남은 삼겹살을 알맞게 구워 맛깔스럽게 도시락을 싸고 상추와 풋고춧 내가 좋아하는 깻잎도 마저 챙겨넣는다. 반찬은 어묵, 멸치볶음이다. 내가 제일 자신 있는 요리지만, 만들기는 참 쉽다. 그냥 고추장에 멸치, 어묵을 넣고 볶으면 지네들이 다 알아서 한다. 참 꽈리고추는 마지막에 넣는게 좋을 듯하다. 그리고 우유와 커피, 과일을 챙기고 아껴두었던 쵸콜렛도 큰 맘먹고 꺼내든다. 음식을 만들고 도시락에 담으면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박한 행복을 맛보았다. 음식준비가 끝나고 내가 좋아하는 음반을 담아본다. "이슬처럼" 이 음반은 어디 다닐때 항상 가지고 다닌다. 역시 빠질 수 없겠지. 도시락을 넣은 가방을 보니 세상의 좋은건 다 들어 있는듯 기분이 좋다.




집을 나서려고 현관을 열어보니 코 끝으로 싸한 내음이 풍긴다. 더블어 간간히 내리는 빗소리도 예쁘다. 엘레베이터를 누르고 기다리는데, 오늘 펼쳐질 일들에 대한 행복이 벌써부터 밀려오기 시작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한 포플러나무 가로수길을 지나 고속도로에 오른다. 빗길에는 감속운전이라 하지만, 오늘은 좀 달려고 싶어 앞에 떨어지는 비를 받는 기분으로 달리고 달린다. 상행선을 타면 항상 쉬어가는 곳 청원휴게소, 쉬어가는 차도 그렇게 많지 않는 이곳에 추석명절에는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이 휴게소로 들어온 차들이 들어왔다 빠져 나가는데만해도 1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하는데, 아무튼 이곳에서 잠시 쉬며 지도를 보기 시작했다. 원래 출발할때 어떤 목적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바람을 타고 달리다가 그 바람이 멈추는 곳에 나도 멈출뿐, 오늘은 바람도 없고 비만 내려 목적지를 내가 정해야했다. 음성에 있는 동요학교를 가보고 싶었으나, 지리적 위치를 몰라 포기했어야만 했다. 물론 네비게이션으로 찍었지만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향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목적지는 순간의 선택으로 결정했다. 독립기념관이다. 독립기념관하면 무슨 전시실만 생각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 그주위로 펼쳐진 숲길은 얼마나좋은가. 물론 나도 가보지 못한곳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휴게소에서 얼마 달리지 않아 목천 톨케이트에 지나 독립기념관 안으로 들어선다. 안개낀 독립기념관의 '겨레의탑'은 숭고함마저 느끼게 한다. 독립기념관은 자주 오던곳이라 전시실은 눈감고도 그려낼 수 있을정도라. 오늘은 실내 전시실이 아닌 야외로 다녀 보기로 했다.


먼저 간곳이 통일염원동산이었는데 송곳처럼 솟은 조형물이 하늘을 찌를듯 하고 그 기세는 굳세더라. 삼각대를 가져가지 않아서 조형물은 내가 찍어주고 조형물이 나를 찍어주였다. 비가 간간히 내리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꽤 있었다. 물론 그곳에는 나 혼자뿐이였다. 그래서 새소리와 빗소리가 더욱더 내 귀에 메아리 쳤는줄 모른다.







난생처음보는 초록색도로를 따라 단풍나무 숲길로 향했다. 아~ 단풍나무숲길이라. 가슴이 막 뛰었다. 나 혼자 전세낸 것 같은 코스모스의 초록색 도로를 유유히 걸어 단풍나무 숲으로 향한다.










단풍나무 숲길을 가는길에 조선총독부 철거부재가 있었다. 조선총독부 첨탑등 철거 부재를 지하 5m의 공간에 매장하여 전시하는 기법을 도입하였는데 일제 자태의 청산과 극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난 뜻밖의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사진을 찍다가 산위에 있는 기차를 발견했다. 어...무슨 기차가 산위에 있을까? 단풍나무숲길을 뒤로하고 우선 그쪽으로 향했다. 조선총독부철거부재에서 멀지 않는곳에 정말 기차가 있었다. 물론 기차길도 있었다.

푯말을 보니 '밀레니엄숲' 이다. 즉 기차길을 우리나라 형상으로 만들고 그 기차길에 일정한 간격을 두어 지명의 푯말도 세워두었다. 부산에서 백두산까지 있다. 통일의 염원인 것이다. 우선 기차에 올라보았다. 4량정도 되었으며, 안에는 일반 객차와 같은 모습 그대로였다. 난 푯말이 세워진 부산에서 백두산까지 걸었다. 짧지 않는 그 거리를 걸으면서 참 묘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난 반나절도 안되는 시간에 백두대간을 다녔다고 하면 아무도 안믿겠지^^ 고요함속에서 철길을 걸을때 맑은새소리와 가끔 지나가는 다람쥐가 나를 빤히 바라볼 뿐 그 외는 아무도 없었다. 참 꿩은 많더라, 그 때문에 순간,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기차길을 따라 오르니 단풍나무숲이 나왔다. 이길은 4KM정도로 독립기념관 둘레를 한바퀴 돌게된다. 물론 그 거리가 다 단풍나무라. 아직은 단풍이 들지 않는 그 거리를 걸으면 나즈막히 노래도 부르고 힘들땐 잠시 쉬어가면서, 이들이 단풍옷으로 갈아입으면 한번 더 오리라 생각한다. 연인과 걸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그 곳을 거닐면서 지나는 사람을 하나도 못 만났다. 들리는건 오직 새소리뿐, 아! 가끔 길을 가로질러가는 다람쥐 거기선 그도 나의 정다운 벗이였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곳이라 가방도, 우산도, 나도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면서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맘껏 느낀다.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몸을 감싸는 습기도 ...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그 모든 것을 씻어 주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것이 자연의섭리. 순간, 아~ 자전거타면 너무 좋겠다는생각을 했는데, 분명 그 누구라도 그 길을 가면 그렇게 생각 할터이다.





배가 고픈걸 보니 도시락이 자꾸만 아른거린다. 지점도 중간이고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서 세상에는 없는 메뉴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침에 부지런 떨면서 만든 작품(?)들이 진가를 발휘할 시간, 도시락이 하나둘 꺼내지고 나의 미각과 후각, 그 모든것을 자극하여 세상 그 어떤 것 보다 작고 소박하지만 큰 행복을 느낀다. 아침에 밥을 담으면서 좀 많지 않나 싶었는데 모자랐다는~





내려오는 길 코스모가 아주 예쁘게 피어있는걸 보고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이곳에는 내가 코스모스에겐 반가운 손님이라 생각이 들어 그들을 하나하나 스다듬어주며 가을은 너희들이 있어 아름답다 라는 말까지 귓속말로 남긴다. 코스모스들에게 인사하고 높게 솟은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뻗어있는 길을 걸으면 나무의 높이 만큼이나 행복감을 느낀다. 관람시간이 다 되어가 종종걸음으로 내려오는데 출구쪽에서 뭔가 눈에 띄였다.




자전거, 참 희안하게도 생겼다. 그러고 보면 난 오늘 머리털 나고 첨 보는걸 많이 봤다. 아~ 한번 타고 싶었는데, 옆사람이 없더라. 그렇다고 혼자 타자니 오늘 많이 걸어 힘든 다리가 더 고생할 것 같아 포기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 고속도로로 올리지 않고 돌아가다 굽이 만나는 그 강이 있는곳으로 핸들을 돌린다.






노을이 내려앉고, 어둠을 불러올 때쯤 유관순열사 생가를 지나 한가로운 농촌의 들판을 지난다. 추울 겨울에 어머니가 이불자락 빨리 내리듯, 그렇게 어둠이 빠르게 내려앉는다.







도시로 들어서니,
몇 분전에 없었던 불빛들에 눈이 부시다.






집에 올랐을땐, 이미 많은 불빛들이 세상을 비추었으며, 아침에 느꼈던 몸을 감싸는 습기는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기전, 저 수 많은 불빛들 중에 행복한 불빛은 어떤 빛이며 그렇지 않는 빛은 어떤 빛일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빛 중 난 오늘 어떤 빛으로 살았으며, 또 어떤 빛으로 살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내 자신에게 던진다.




내가 바라는 빛은 화려하지 않고
작은것에도 기쁨을 느끼는 소박한 빛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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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만든선물

엉거주춤한 나의 일상과 얼렁뚱땅 나의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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