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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친구들, 그리고 따뜻한 마음들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찬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들 가나요
고단한 날개 쉬어가라고 갈대들이 손을저어 기러기를 부르네

얼마전에 포스팅한 "지금은 없어도 가끔 때때로 많이 그리운 것"에 삽입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기러기"노래다. 이 노래는 우리가 부르는 것과는 달리 많은 슬픔이 깃들여져 있으며, 그것은 쓸쓸하고 고독했던 포스터 자신의 독백이기도 했다. 원곡은<주인은 차디찬 땅속에 Massa' in the Cold, Cold Ground>이며 포스터 나이 26살때 작곡한 것으로 1851년 그의 양친이 별세하고 그 이듬해 슬픈 쇼크를 받고 쓴것이 이 노래이다.

풀밭에서 슬픈 소리 들리어 오는데

새들은 무엇이 좋아 노래를 부르나
풀잎 위에 칡 넝쿨이 우거진 언덕
그리운 그대 차디 찬 땅속에 누었으니
보리밭가에 그대 슬픔을 들으면서 나는운다.

포스터는 38살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전에 아름다운 시절이 많았지만 인생의 황금기에 비참한 생활을 한 포스터, 고통을 잊기 위해서 술을 폭음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폐인처럼 생을 마감했다. 무심코 부르는 노래와 음악에는 많은 작곡자들의 영혼이 서려 있다.  사람은 가고 음악만이 남아있는 오늘날 우리는 그것을 단지 입으로만 부르는게 아닌 가슴으로 그것을 안고 부르며 그 슬픈 영혼을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하리라.

음악평론가 박용구선생님의 저서 <명곡과 명인>에 실린 포스터의 얘기속에서 그의 삶이 얼마나 비참했었는지 알 수있다. 포스터는 부유한 집안에서 아홉 번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친의 사업 실패로 가족들은 뿔뿔이 헤어져 살아야 했고, 어린 스티븐은 이곳 저곳으로 학교를 옮겨야만 하게 되었다. 그 과정중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며 그것을 견딜 수 없는 스티븐은 세상이 싫어졌는데, 그때부터 그에게 구원의 손길과도 같은 음악을 배웠다. 그리고 유행 작곡가로 성공하여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의 아내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 금발의 제니 >의 노래 주인공 제니였다.

제니와 결혼을하고 포스터의 앞날은 보라빛 인생이 기다리는 듯했다. 그리고 결혼하던 해 많은 명곡들이 나와 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런데 포스터 내외는 결혼한지 3년 만에 별거 생활을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애정이 식어버린 것은 아닌 모양으로 계속 동거를 되풀이 했다. 주고 받은 편지에도 애정은 넘쳤다. 그러나 결국은 헤어져 살게 되고 포스터는 보다 넓은 활약의 터전을 찾아서 뉴욕으로 떠나게 되었지만 때마침 미국은 동족끼리 총을 겨누는 남북전쟁이 터져서 국토는 혼란의 도가니로 화한다. 그뿐만 아니라 더욱 불행한 것은 그의 영감이 고갈되어 버린 것이다. 노래의 샘이 말라버린 것이다. 그는 이때부터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폭음하게 되었고, 마침내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버린다. 더구나 기온의 격차가 심한 뉴욕은 결핵성이 있는 그의 건강을 급속도로 좀먹어 버렸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는 비참한 삶을 살게된다.

포스터가 비참한 생활을 하고 모두가 그를 외면 할 때, 사랑으로 감싸주던 한 사람이 있었다. 뉴욕의 어느 악기점 여점원이었던 파크허스트 듀어 여사의 회고담에는 다음과 같은 포스터의 모습을 그려져 있다.


어느 날 인생에 지친 듯한 사나이가 악기점에 들어온다. 마침 손님도 뜸해서 한곳에 몰려 있던 점원들이 스티븐을 보고 한마디씩 한다. "스티븐도 꼴이 말이 아니군"  "스티븐이라니, 누구 말이죠?" 여사는 남자 점원에게 묻는다. "거 왜 있잖아. 스티븐 포스터, 하지만 이젠 떠돌이니까 가까이 가지 말아요". 그러나 포스터의 가곡을 애창해 왔고 기회가 있으면 그를 만나고 싶어 했던 여사는 초라한 그 모습에 충격을 받으면서 힘주어 말했던 것이다.

"아니예요! 저는 가까이 가야겠어요. 저 분은 따뜻하게 해드릴 사람이 필요할 거에요."여사는 말을 건냈다."포스터 선생님이신가요? " "그렇습니다. 스티븐 콜린스 포스터의 산송장입니다" "그런 말씀은 마세요. 산송장이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누가 뭐래도 '스와니강'의 작곡자를 선생님을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이예요. 정말 기뻐요" 포스터는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을 옷소매로 훔친다. "미안해요 눈물을 보여서, 그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말을 들어보기는 너무 오랫 동안 없었던 일이라서..." 그리고 그는 숙녀 앞에서 옷차림이 남루한 점을 신사답게 사과하는 것이다. 여사는 손을 저으며 대답한다. "아니예요. 제가 뵙고 싶었던 건 선생님이세요."

그것이 바로 포스터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이었다. 해가 바뀌어 1864년1월 10일의 오후, 새해를 알코올과 결핵성 가미로 누워서 보낸 그는 겨우 싸구려 여인숙의 침상에서 일어났다. 때가 밴 몸을 닦기라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리로 된 낡은 욕조에 물을 넣고 옷을 벗으려는 순간, 현기증을 일으켜서 머리를 욕조에 부딪치고 쓰러져버린다. 불행하게도 그 때 낡은 유리 욕조가 깨지면서 그의 경동맥을 끓고 말았다. 신음 소리를 듣고 여인숙의 하녀가 들어왔을 때는 이미 피투성이로 빈사 상태였다는 것이다. 곧 병원으로 옮겨지기는 했으나 사흘째되던 13일 아침 그는 영원히 눈을 감았고, 그가 남긴 지갑에는 몇푼의 현금과 다음과 같은 글의 종이 쪽지가 들어 있었다.

Dear friends, and gentle hearts.
다정한 친구들 그리고  따뜻한 마음들

-  원곡을 들어볼 수 있는 음반 - Down in the GardenCuster LaRue & The Baltimore Consort 원곡의 멜로디를 사용하여 노래한 트래디셔널 포크송을 전문으로 부르는 클래식 소프라노 "커스터 라루"   류트와 비슷한 반도라(bandora)와 첼로의 흐름에 떠다니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포스터의 슬픈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지금 흐르는 음악은 YAMAHA PSR-280 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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